[지방]6800원에서 1200원으로! 영월군 버스비의 비밀
공영 마을버스가 간다!
1956년 영월군에서 태어난 최 군수는 영월군에서 시작해 30년 이상 공직 생활을 해왔다. 이 중 절반 이상을 강원도청에서 근무했다. 최 군수는 “강원도 각 시군별 문화와 지역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도청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우리 영월에는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최 군수가 이끄는 영월군청이 최근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사업은 영월군 대중교통 운행체계를 혁신하는 것이다.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주52시간 근무제가 확산되고 시간당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버스업계도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배경이다.
영월군에 따르면,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던 버스회사가 운행을 줄이게 되면서 원주, 충북 제천 등 인접 지역에 기반을 둔 버스회사들도 영월군 운행을 줄이게 됐다. 최 군수는 “우리 영월군 입장에서는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사는 군민들의 이동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겼다”며 “그렇다고 해서 영월에 있는 회사들이 버스를 늘려 배정하기에는 필요한 예산이 너무 많아 다른 개선방안을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민간 버스회사가 운행하는 버스 편수가 줄어들면서 그 대안으로 영월군이 선택한 방식은 공영 마을버스였다. 전북·전남 등 농촌이 많은 일부 지자체에서도 운영하는 공영 마을버스는 지자체가 직접 버스를 소유하고 기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영월군은 지역 특성상 동서로의 길이가 매우 긴 편이다. 언덕도 많아 가장 서쪽의 무릉도원면에서 동쪽의 상동읍까지는 차량을 이용해도 한참을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공영 마을버스는 군소재지인 영월읍을 기준으로 서쪽에 세 대, 동쪽에 두 대가 다닌다. 최 군수는 “기존에는 버스를 타려면 끝쪽에 있는 군민들이 걸어나와야 했다”며 “공영 마을버스 도입으로 농촌에 길게 형성된 촌락의 구석진 곳까지 마을버스가 들어가면서 군민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영월군은 지난 7월 1일부터 공영 마을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민간 업체가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 마을버스의 경우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이 가장 큰 관건이다. 영월군은 이 문제를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의 지원에 힘입어 해결했다. “마침 국토부가 대중교통 운행체계 개선 예비컨설팅을 공모했는데 여기서 타당성을 확인받아 국비와 도비를 모두 지원받게 됐다. 사업 시행에 많은 도움이 됐다.”
영월군에 따르면 공영 마을버스 사업 도입을 위한 예산 약 8억원 중 4억원을 국토부가, 2억원을 강원도가 지원한다. 영월군은 25%인 나머지 2억원만 부담하면 된다. 최 군수는 “새로운 농촌형 교통 모델을 발굴하는 데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을 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토부와 광역지자체가 영월군을 지원해주면서 공영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영월군민은 상당한 혜택을 보게 됐다. 일례로 영월군 내에서 군청 소재지인 영월읍까지 가장 먼 곳이 동쪽 끝 상동읍인데 여기서 영월읍에 오려면 이전에는 버스비로 6800원을 내야 했다. 반면 지금은 한 번 환승을 해야 하지만 현금으로 1400원, 카드로는 1200원이면 상동읍에서 영월읍까지 올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요금이 너무 비싸다 보니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읍내에 나갈 때 차를 얻어타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이용 요금을 대폭 낮추면서 버스 탑승률을 많이 높였다. 요금이 획기적으로 싸지니까 군민들에게 좋은 평도 얻고 또 군민 이동권을 보장함에 따라 군 간 교류도 늘어나게 됐다.”
공영 버스 기사들은 영월군이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는데 현재 11명의 기사가 새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고 한다.
최 군수에 따르면 공영 마을버스가 주민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간사업자가 버스를 운영할 때는 하루에 3~4회밖에 들어가지 못하던 지역에도 공영 마을버스가 투입되면서 하루 7~8회로 두 배 이상 운행횟수가 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 군수는 “주민들이 좋아해주시는 건 감사한데 호평을 받다 보니 더 많은 요구사항이 쏟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가구 수가 얼마 안 되는 곳에 버스 노선을 배정하거나 웬만하면 자기 집 앞에 지나가도록 해달라는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모든 민원사항을 다 들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협의할 협의체를 만들었다”며 “2개의 협의체에서 마을버스 운행시간과 요구되는 편수 등을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공영 버스와 함께 영월군이 새로 시행하고 있는 교통사업이 ‘영택시’ 사업이다. 현재 7대가 운영되는 영택시는 기존 간선버스보다 더 촘촘히 읍내 구석구석 다니는 공영 마을버스의 확충으로 인해 택시 수요가 줄면서 생활고를 겪는 택시기사와 관광객을 연결시켜주는 사업이다. 관광객들이 이용을 예약하고 5만원을 지불하면 3시간 동안 영월군 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이전에는 사실 택시요금에 대한 기준이랄 게 별로 없었다. 사실상 택시기사가 부르는 게 요금이었다. 먼 거리를 가면 너무 많은 요금이 나와 관광객들의 불만이 가중됐고, 비싼 요금 때문에 관광객 수요가 줄면서 택시기사들의 수입도 적어지는 악순환이 있었다.”